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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이고운치과 작성일13-11-26 10:45 조회4,047회본문
교정적 관점에서 임시치아 (temporary crown) 제작시 고려사항
심한 우식이나 인접치의 상실로 인해 보철치료가 필요한 경우 일반적으로 치아삭제 후 보철물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최종 보철물이 장착되기 전 임시치아를 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교정치료를 계획 중이거나 교정치료 중인 환자는 교정적 치아 이동에 따른 교합의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교정치료가 마무리 된 후 최종적인 위치에서 보철물을 장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길게는 교정치료 전 기간을 임시치관으로 유지해야 하기에 교정환자에서 임시치아의 역할은 아주 중요합니다.
보통 보철적인 관점에서 임시치아의 의미는 치아 삭제 후 margin의 유지, 최종 보철물 장착전 근관치료의 예후 평가, final impression 이후 보철물 제작 전까지의 교합유지 등이라고 대학시절에 배운 바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margin의 유지와 교합의 유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철치료를 의뢰한 후 임시치아를 살펴보면 margin과 대합치와의 교합, 그리고 인접치와의 접촉은 정확하게 맞춰서 제작해옵니다. 이는 보철적 관점에서 잘 부합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정적 관점에서 임시치관은 어떻게 제작해야 할까요? 아쉽게도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아 교정적 관점에서 바라본 임시치관의 제작에 대해 설명해 볼까 합니다.
교정치료란 부정교합을 치료하기 위해 치아를 움직이는 치료입니다. 치아를 움직여서 교합을 바꿔주는 치료 즉, 치아이동을 통한 full mouth rehabilitation이 바로 교정치료인 것 입니다. 따라서 보철치료와 마찬가지로 교정치료에서도 교합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교정치료를 위해서는 치아에 힘을 주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협측에 브라켓을 부착하고 여기에 와이어를 삽입하여 와이어의 복원력을 이용하여 치아를 움직이게 됩니다. 결국 교정치료는 협측에 힘을 가하여 교합면을 맞추는 교합치료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교합면을 직접치료하는 보철치료와 달리 협측에 힘을 가하는 교정치료에서는 브라켓을 부착하는 면(보통은 협면)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따라서 임시치아 제작시 이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철물을 제작할 때는 원래의 치아와 똑깥이 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원래의 치아가 형태학적으로 문제가 없고 대합치와의 관계도 좋다는 전제조건 입니다. 만약 형태적으로 문제가 있고 대합치와의 관계가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하여 보철물을 제작해 준다면 교합적인 측면에서는 훨씬 좋은 보철물이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교정치료가 예정된 경우는 대합치와의 교합관계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고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상적인 형태로 임시치아를 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칫 교정적 치아 이동을 생각하지 못한 경우, 통상적인 보철적 관점에 입각하여 임시치아를 제작하게 되면 대합치와의 교합까지 잘 맞춰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치아의 근원심 경사가 올바르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인접치아의 상실로 후방치아의 근심경사(mesial angulation)가 발생한 경우에서 대합치와 교합을 맞춰 임시치아를 제작하게 되면 브라켓을 부착하는 교정의사는 착시로 인해 쓰러진 치축을 발견하지 못하고 브라켓을 부착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쓰러진 치아의 임시치아를 제작하는 경우는 나중에 교정치료를 통해 치아를 바로 세울 것이기에 교합을 고려할 필요 없이 이상적인 치축과 그에 따른 치아의 형태에 맞게 교합면도 쓰러진 상태로 제작해야 합니다 (그림 1). 당연히 치아가 근심으로 회전되었다면 회전된 그대로 제작해야 합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임시치아의 내면에 연필로 치축을 그려 놓으면 교정의사는 임시치아의 교합면 형태에 따른 착시 현상을 배제한 상태로 브라켓을 부착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이 부분까지는 많은 원장님들이 잘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의외로 놓치는 부분이 바로 임시치아의 협면 형태에 있습니다. 보통 임시치아 제작시 보철적 관점에 입각하여 margin과 교합면 및 근원심 접촉은 철저히 신경쓰는 반면, 그 중요성이 덜한 협면의 형태는 다소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교정치료는 협측에 힘을 가하여 교합면을 맞추는 교합치료”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보통 임시치아의 협면이 두껍게 제작는 경우 교정치료시 문제가 발생합니다. 두꺼워진 임시치아의 협면에 브라켓을 부착하고 와이어를 삽입하면 두꺼워진 만큼 치아는 설측으로 이동하여 최종적인 치아의 위치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림 2). 따라서 교정환자에서 임시치아를 제작하는 경우 브라켓을 부착하는 협면의 두께를 가급적 실제치아와 비슷하게 제작해야 합니다.
또 다른 고려사항은 협면에 브라켓을 부착할 공간에 대한 것입니다. 보통 브라켓의 치은-협측의 길이는 3mm 이상이기에 브라켓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소 3mm의 협측 치면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임시치아의 협측에서 이런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임시치아의 치은쪽은 얇고, 최대풍융부는 너무 두껍고, 협측 교두의 협측 두께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경우, 협측치면이 심하게 곡면을 이루면서 자연치에 비해 브라켓의 접촉면이 긴밀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림 3). 이런 현상은 임플란트 임시치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임플란트 fixture의 직경이 자연치의 치근에 비해 작기 때문에 협측의 형태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교정적 관점에서 임플란트 임시치아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은 협측면의 경사도가 자연치아와 다르다는 것 입니다. 보통 자연치의 상악과 하악 협측면의 경사도는 치경부에 비해 교합면이 설측으로 경사되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임플란트 치아의 보철물은 보통 치경부에 비해 교합면이 협측으로 경사지게 됩니다 (그림 3). 이 역시 임플란트 fixture의 직경이 자연치의 치근에 비해 작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 무심코 브라켓을 부착하게 되면 잘못된 협설측 경사(torque)가 발생하여 인접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연치아와 달리 임플란트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정치료에 임플란트 치아를 이용한다는 전제하에 교정적 관점에서의 임플란트 임시치아는 임플란트 fixture 위치에 상관없이 이상적인 치열의 위치에 해당하는 곳에 협면이 위치하도록 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협면의 경사도도 이상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움직이지 않는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다른 치아들이 올바르게 배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정의사 역시 임플란트 임시치아의 형태와 상관없이 가장 이상적인 위치를 고려하여 브라켓을 부착해야 할 것 입니다.
이처럼 교정적 관점에서 바라본 임시치아는 치아의 위치와 교합에 상관없이 이상적인 치아의 형태에 맞게 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브라켓을 부착하는 협측면의 형태를 개개치아에 맞게 이상적으로 회복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최근 임플란트 보철이 많아지면서 교정적 anchor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자연치와는 달리 임플란트의 위치와 상관없이 브라켓을 부착하는 협측이 이상적인 치열의 위치에 오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대한 예측하기 어렵다면 교정의사가 치열의 형태에 맞도록 적절하게 협면을 삭제한 후 브라켓을 부착할 수 있도록 충분한 두께를 형성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임시치아를 부착할 때 임시접착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길고긴 교정치료 기간을 임시접착제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교정환자에서 임시접착제의 수명은 2주를 못넘기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교정환자에서는 교정치료 후 final impression 채득 전에 다시 한번 지대치의 치아삭제를 마무리한다고 생각하고 영구접착제로 부착하는 것이 교정치료 중 임시치아의 탈락으로 인한 불편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어떻게 보면 치의학이라는 분야는 아주 작은 학문의 영역일지 모르지만,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은 영역인 것 같습니다. 교정의사로써 교정이외의 영역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많아 아직도 열심히 공부할 것들이 많지만 게으르다는 핑계로, 그리고 교정의사로써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교정의사가 바라는 임시치아 제작시 고려상항에 대해 두서 없이 적었습니다.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좋은 치료를 통해 보람을 느끼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한 진료를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